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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은 왜 오르는가?

엄정한
2026-08-25
조회수 38

아파트 가격은 왜 오르는가? 

- 엄정한 변리사의 생각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데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 구조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 글은 그 연결고리를 따라가 보려는 시도이다.


1. 집값이 오르면 누가 돈을 버는가


많은 사람들이 집값 상승으로 부자가 된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실제로 돈을 번 사람은 오른 가격에 부동산을 ‘매각’하고 양도차익을 실현한 몇%의 사람들뿐이다. 


양도차익을 실현해본 적 없는 대다수는 부동산으로 돈을 번 것이 아니다. 그저 장부상 아파트 가격이 올랐을 뿐이고, 그 오른 가격의 집을 사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았을 뿐이다.


그 대출은 은행에서 나오고, 은행은 이자수익을 얻는다. 숫자로 확인해보자.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2025년 말 기준 60.4조원으로, 전년(59.3조원) 대비 1.1조원 증가했다. 순이자마진이 축소됐음에도 이자수익자산이 3,442조원으로 4.6% 늘어난 덕분이다. 연간 60조원. 삼성전자의 웬만한 해 영업이익보다 큰 돈이, 앉아서 이자로 들어온다.


가계 쪽 사정은 더 뚜렷하다. 2026년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고, 가계대출 잔액은 1,891조3,000억원에 달한다. 주택 관련 대출만 한 분기에 12조원 넘게 늘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대략 1,100조원대로 보고, 시중 5대 은행 주담대 금리가 연 4.4%에서 7%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이 집 때문에 은행에 내는 이자만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 45~5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집값 상승의 구조적 수혜자는 집주인이 아니라 은행이다. 무리해서 아파트를 산 대부분의 사람은 유동성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으로 이자를 흘려보내는 도관이 될 뿐이다.


2. 집값을 밀어올리는 진짜 원인 — 저수지에 갇힌 달러, 그리고 전 국민의 게임


그렇다면 집값은 왜 오르는가.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돈의 절대량이 계속 증가해왔다는 데 있다. 우리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을 수출하는 나라다. 2025년 한 해 우리나라의 총수출액은 7,097억 달러로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돌파한 역대 최대 실적이었고, 무역수지 흑자만 780억 달러에 달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수출 약 993조원, 흑자 약 109조원이다(환율 1,400원 기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타이틀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문제는 결국 그 대가로 들어온 달러의 행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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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된 달러는 우리나라를 ‘거쳐서’ 다른 곳으로 흘러야 한다. 그런데 흐르지 못하고 저수지처럼 국내에 담기고 있다. 매년 100조원 안팎의 흑자가 30년 이상 누적되는 동안, 돈은 결국 부동산으로, 그중에서도 규격화되어 비교가 아주 쉬운 ‘아파트’라는 상품으로 몰렸다. 84㎡, 몇 동 몇 층, 어느 브랜드. 아파트는 전국 어디서나 가격 비교가 가능한, 사실상 표준화된 금융상품이 되었다.


바로 여기서 게임이 시작된다. 몰린 돈은 다른 곳으로 유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가격만 더 밀어올린다. 옆 단지가 오르면 우리 단지도 올려 부르고, 우리 단지가 오르면 옆 단지가 다시 올려 부른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야 하고, 내가 사지 않으면 나만 뒤처진다는 공포가 매수를 부른다. 


이것은 소수 투기꾼의 게임이 아니다. 집을 가진 사람도, 집을 사려는 사람도, 집을 포기한 사람마저 참여를 강요당하는, 전 국민이 플레이어인 게임이론의 세계다. 각자는 자기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만, 그 합리적 선택들이 모여 아파트 가격이라는 내쉬 균형을 계속 위로 밀어올린다. 


개인의 합리가 모여 국가 전체의 비합리를 만드는 것, 이것이 한국 부동산 시장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판돈은 은행 대출로 조달되므로, 게임이 과열될수록 웃는 것은 앞서 본 대로 은행이다. 수출로 인하여 국내로 유입된 판매대금도 은행으로 간다. 


3. 일본이 벌었던 달러는 어디로 갔나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겪은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일본은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 두 차례 미국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며 막대한 달러를 흡수했고, 그 풍요 위에서 단카이 세대가 성장했다. 일본으로 유입된 달러는 하와이, 시애틀, 두바이 등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쓰였다. 지금도 매출은 미미하지만 당시 취득한 부동산 덕에 자산 규모가 거대한 일본 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이런 기업들이 최근 미국 금융권에 의해 매각되면서, 일본 경제에 다시 달러가 유입되는 흐름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의 선택이 전부 옳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달러 유입국이 그 돈을 어떻게 소화했는지, 어떤 고민과 해법을 거쳤는지에 대한 선례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4. 결론 — 게임의 판을 바꾸려면, 유동성을 나라 밖으로


돈의 다른 이름은 유동성이다. 돈의 가치는 흐를 때 존재한다. 흐르지 않고 아파트에 쌓이기만 하면 자산 가격만 오르고, 실질적인 경제 효용은 모두에게 기형적으로 변한다. 지금 이대로 가면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그 구매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대출 원리금을 갚느라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며, 생산성 향상 없는 인건비 상승과 경직된 고용이 결합된 기형적 경제 구조가 고착될 수밖에 없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게임은 플레이어 개개인의 결심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게임이론이 가르쳐주는 바, 균형을 바꾸려면 게임의 규칙, 즉 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것을 나라 밖으로 유통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해외 투자다. 


국내 저수지에 갇힌 달러를 해외 자산, 해외 기업, 해외 기술에 투자해 돌려보내고, 그 수익이 다시 국내로 환류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아파트라는 단일 상품에 몰린 판돈이 갈 수 있는 다른 테이블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이 게임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규제만으로는 저수지의 수위를 낮출 수 없다. 공급을 늘리는 것른 저수지 수를 늘리는 것일뿐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돈의 본질을 생각하고 물길을 내야 한다. 

돈은 흐를 때만 돈이다.

돈은 이익이 나는 방향으로 스스로 선택하여 흐른다.


아파트에 돈을 가두는 것은 모두가 불행해지는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대계를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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