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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엄] 원격진료 부스·메디박스·메디팟

엄정한
2026-06-09
조회수 290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부스 안에서 혈압·심전도·체온·체중을 측정하고, 화면 너머의 의사와 화상으로 진료를 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른바 원격진료 부스, 즉 메디박스·메디팟·헬스 키오스크다. 통합진단 장비와 화상진료, 그리고 AI 트리아지(증상 분류)를 한 공간에 담은 이 모델은 이미 중국·미국·프랑스에서 검증된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Ping An Good Doctor, 미국의 OnMed, 프랑스의 Medadom과 Tessan — 이 4개사는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원격진료 부스 시장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 가고 있는 기업들이다.


시장은 이미 숫자로 답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는 전 세계 원격진료 키오스크(telehealth kiosk) 시장 규모가 2023년 3억 1,470만 달러에서 2030년 10억 9,100만 달러로 확대되며, 2024~2030년 사이 연평균 19.6%(CAGR)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Grand View Research, "Telehealth Kiosk Market Size, Share & Growth Report, 2030,"  2024) Mordor Intelligence 역시 같은 시장이 2025년 4억 4,400만 달러에서 2030년 10억 2,800만 달러로 커지며 연 18.25%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연 20.18%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권역으로 지목됐다. (Mordor Intelligence, "Telehealth Kiosk Market Size, Share & 2030 Growth Trends Report,"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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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보고서가 공통적으로 꼽는 성장 동력은 분명하다. 의료진 부족과 지리적 의료 공백을 동시에 메우는 분산형 의료 인프라로서의 부스, 약국·소매점을 진단 거점으로 전환하려는 리테일 헬스케어의 확산, 그리고 하드웨어·소프트웨어·임상 서비스를 묶어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풀스택 모델의 부상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일상화된 비대면진료 수요가 제도와 수가의 안착으로 뒷받침되면서, 원격진료 부스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커지는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4개사의 전략과 지표를 아래에서 심층 분석한다. 


한국의 제도 환경도 부스 사업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빗장이 풀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6월부터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 근거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해 왔으며, 2025년 10월에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 개정안(보건복지부 공고 제2025-736호, 2025.10.27 시행)을 공고했다. 개정 지침의 핵심은 비대면진료를 원하는 의료기관과 약국이 별도의 신청·지정 절차 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1회 처방 시 최대 90일 한도까지 원외처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비록 의원급 중심 운영, 의료기관별 월 30% 비율 제한 등 안전장치가 함께 도입되었지만, 전국 모든 약국이 곧바로 비대면 조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약국을 거점으로 하는 부스 모델에 결정적인 제도적 토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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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접근성이 제약된 도서·벽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재택수령까지 허용되어, 의료소외지역을 정조준한 부스의 효용이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되는 셈이다. 측정기 없이 화상만으로 이뤄지는 스마트폰 기반 비대면진료가 혈압·심전도·체온 같은 객관적 바이탈을 확보하지 못해 품질 통제가 어려운 반면, 진단장비를 내장한 부스는 표준화된 측정값과 통제된 환경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제도가 열리는 지금이야말로 한국형 메디팟이 진입할 적기다. 

(출처: 보건복지부 공고 제2025-736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 개정안 공고, 시행 2025.10.27)


이 배경 아래, 원격진료 부스 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벤치마크가 되는 4개사를 심층 분석했다. 

중국에서 규모화를 실증한 Ping An Good Doctor의 'One-minute Clinic', 미국에서 진단과 투약을 한 부스에 통합한 OnMed의 'CareStation', 프랑스에서 약국 단말 네트워크 1위를 구축한 Medadom, 그리고 부스 그 자체를 제조·공급하는 원조 제조사 Tessan이다. 


4개사가 택한 모델과 성과 지표, 그리고 실패 사례까지를 종합하면 한국형 메디팟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① Ping An Good Doctor 

https://www.pagd.net

중국, 무인 부스의 규모화 챔피언. 평안보험 그룹에서 분사한 핑안굿닥터는 2018년 우전(烏鎮)에서 'One-minute Clinic' 파일럿을 시작한 뒤, 2019년 1월 중국 8개 성·도시로 확장하며 약 1,000대 규모의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300만 명 이상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핵심은 단 3제곱미터 공간에 압축된 24시간 무인 부스다. 환자가 들어서면 200명 이상의 AI 전문가가 3억 건이 넘는 상담 데이터로 훈련시킨 'AI Doctor'가 음성·텍스트로 증상과 병력을 수집해 1차 진단을 제시하고, 그 뒤 1,000명 이상의 자체 의료진 중 실제 의사가 화상으로 합류해 진단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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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안에는 저온 냉장 보관되는 100종 이상의 상용 의약품이 자동판매 형태로 비치돼 즉시 구매가 가능하며, 없는 약은 앱을 통해 1시간 내 배송으로 연결된다. 2,000개 이상 흔한 질환을 다루고 한 대당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상하이 폭스바겐 공장·고속도로 휴게소·대학 캠퍼스 등 인구 밀집 거점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핑안의 사례는 'AI 1차 트리아지 + 인간 의사 화상확정 + 즉시 투약'이라는 부스 모델이 대규모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실증한 가장 강력한 레퍼런스다. (출처: MobiHealthNews, "Ping An Good Doctor launches commercial operation of One-minute Clinics in China" 2019.01.07, ; PR Newswire Asia, "Ping An Good Doctor Launches Commercial Operation of One-minute Clinics," 2019.01.04, )


② OnMed 

https://onmed.com

미국, 진단·투약을 통합한 'Clinic-in-a-Box'. 6년 이상 스텔스 개발을 거쳐 등장한 OnMed의 CareStation은 8×10피트(약 2.4×3m) 방음 부스로, 단순한 화상통화를 넘어 실제 진료실에 가까운 경험을 목표로 한다. 환자가 START 버튼을 누르면 문이 잠기고 유리가 불투명해지며, 65인치 대형 화면으로 면허를 가진 임상의가 연결돼 혈압·산소포화도·체중·체온 등 바이탈을 측정하고 HD 카메라·청진기·열화상 장비로 원격 진찰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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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차별점은 특허받은 자동 약품 디스펜서로, 의사·약사 승인 하에 수백 종의 상용 의약품을 부스 안에서 즉시 조제·교부한다. 성과도 구체적이다. 환자의 85% 이상이 전문의 의뢰 없이 현장에서 진료를 마치고, 이용자의 50% 이상은 부스가 없었다면 응급실이나 긴급진료를 찾았을 것이라 답했으며, 애틀랜타의 단일 부스는 연간 2,500건 이상을 진료했다. 250만 달러가 드는 전통적 클리닉과 달리 전기 콘센트만 있으면 30일 내 가동이 가능해, 현재 7개 주와 푸에르토리코에서 운영 중이며 2026년 말까지 25개 주 이상으로 확대를 예고했다. 창업자 오스틴 화이트는 스마트폰·태블릿 기반 원격의료가 '양질의 진단 역량이 없고 약을 조제할 수도 없다'고 지적하며, 진단장비와 투약을 한 부스에 담은 통합 모델의 우위를 강조한다. (출처: Kiosk Marketplace, "The OnMed CareStation targets healthcare access gaps as telehealth accelerates" 2026.03.03 ; OnMed, "OnMed Powers Immediate Rural Health Transformation" 2025.09.22 )


③ Medadom 

https://medadom.com

프랑스, 약국·검안소 단말의 최대 네트워크. 2017년 의사들이 창업한 Medadom은 프랑스 보건부로부터 원격진료 사업자 인증을 가장 먼저 획득한 사업자로, 의료사막(medical desert) 해소와 응급실 과밀 완화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모델의 특징은 앱 기반 순수 디지털 진료와 약국·검안소에 설치된 물리 단말을 결합한 '피지털(phygital)' 구조다. 각 단말에는 체온계·산소포화도계·청진기·혈압계·이경·피부경 등 6종의 연결형 의료기기가 내장돼, 화면 너머 의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가 직접 측정하며 원격으로도 정밀한 임상 진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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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는 평균 10분 이내에 이뤄지고 90% 이상의 사례에서 원격 진단과 처방이 가능하며, 진료비는 프랑스 사회보장(Social Security)으로 환급돼 환자 부담이 사실상 없다. 현재 프랑스 전역의 약국·안경점에 5,500대 이상의 단말을 운영하며 누적 900만 건 이상의 원격진료를 수행했고, 2026년 들어 유럽 성장형 투자사 Verdane와 프랑스 국부펀드 Bpifrance가 공동 투자에 나서며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 앱이 아니라 '약국이라는 신뢰 거점 + 측정장비 단말'을 결합한 점이, 품질 통제가 어려운 스마트폰 단독 진료와 Medadom을 가르는 핵심이다. (출처: Verdane, "Verdane and Bpifrance partner with Medadom to expand access to healthcare services in France and across Europe" 2026.03.19)


④ Tessan 

https://en.tessan.io

프랑스, '부스 그 자체'를 만든 원조 제조사. 2018년 설립된 Tessan은 스스로를 '오늘날 존재하는 형태의 원격진료 부스와 단말을 만든 창시자'로 규정하는 augmented teleconsultation(증강 원격진료) 전문 기업이다. 약국 진열 공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환자의 자율성과 사생활을 보장하는 방음 부스가 대표 제품으로, 포르투갈에서 제조·선조립돼 약국에는 3시간 이내에 설치된다. 부스에는 7종의 연결형 의료기기가 내장돼 원격의 의사가 직접 제어하며, 일반의는 물론 전문의 진료까지 연결한다. 특히 2022년 안과용 연결 진단기기를 통합하면서 Krys 등 대형 안경 체인과 제휴해 검안소로 빠르게 확산됐고, 2024년에는 일본 Topcon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안과 원격진단 역량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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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건부 인증을 보유하고 처방전을 부스에서 직접 출력하며, 정부는 약국의 첫 도입 시 1,225유로, 연간 최대 750유로(연 146건 기준)의 보조금까지 지원해 보급을 뒷받침한다. 현재 프랑스 1,600개 이상의 약국이 Tessan 솔루션을 채택했고, 약국·안경점뿐 아니라 시청·기업 등 공공·민간 거점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의료사막 해소'를 명시적 미션으로 내건 Tessan은, 측정장비를 갖춘 통제된 부스가 스마트폰 단독 모델이 도달할 수 없는 진찰 품질을 제공한다는 점을 사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출처: Tessan, "Teleconsultation in pharmacies — Already adopted by more than 1,600 pharmacies in France" ; Tessan, "Who we are" )


4개사가 공통적으로 증명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진단장비 내장 없이는 품질 통제가 불가능하다. Ping An의 AI 트리아지, OnMed의 바이탈 측정, Medadom·Tessan의 6~7종 연결 기기가 모두 이 원칙 위에 서 있다. 둘째, 하드웨어 단독 판매보다 B2B·B2G 구독 모델이 훨씬 안정적이다. 6억 달러를 쏟아붓고도 폐업한 Forward Health와, 프랑스 정부 보조금·건강보험 수가를 기반으로 안착한 Medadom·Tessan의 대비가 이를 극명히 보여 준다. 셋째, 약국·기업·공공기관을 거점으로 삼으면 부스 한 대당 단기 손익분기를 뛰어넘는 고정 수요가 생긴다. 한국은 이 세 가지 조건이 이제 막 갖춰지는 시점에 서 있다. 4개사의 궤적이 제시하는 한국형 메디팟의 성공 공식은 결국 하나다. 측정→진찰→처방→투약을 한 부스 안에서 완결하는 임상 품질, 그리고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묶어 주는 구독·파트너십 운영 모델이다. 세계 수준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정밀 제조 인프라, 5G·AI·EMR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수준에 오른 IT 기술력,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세계적으로 드문 전국 단일 수가 체계는 부스 한 대에서 측정→진찰→처방→투약을 완결하는 임상 품질 모델을 가장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다. 한국 기업이 제조·IT 역량을 한데 모아 이 경주에 빠르게 치고 들어가면 K-의료의 글로벌 진출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변리사 엄정한

shawn@Qrius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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